최근 경기도 성남시에 등장한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일반의약품을 대형마트처럼 저렴하게 판매하고 다양한 약품을 진열하는 새로운 형태의 약국은 소비자에게는 가성비 높은 선택지로 환영받고 있지만, 약사 사회와 의료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창고형 약국의 장단점, 소비자 반응, 약사들의 입장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이 새로운 약국 형태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의약품 오남용 우려
창고형 약국이 생기면서 가장 큰 우려로 떠오른 문제는 의약품 오남용입니다. 일반 약국과 달리 창고형 약국은 대형 마트처럼 소비자가 직접 약을 고르고 담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의약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구매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는 약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고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성분이 중복된 의약품을 동시에 구입하는 등 오남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복약지도의 기본 틀이 무너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특히 감기약, 해열제, 진통제 등 일반의약품은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한 복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창고형 약국에서는 고객의 구매량에 제한이 없고, 약사와의 충분한 상담 없이 구매가 가능해 약물에 대한 이해 없이 복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약사들은 창고형 약국 내에서 최소한의 복약지도 시스템을 마련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POS 시스템에 약물 성분이 중복되는지 자동으로 안내하는 기능을 넣거나, 구매 전 상담이 필요한 약에 대해서는 구매 제한을 두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강제되지 않아, 소비자의 자율성과 함께 위험성도 함께 떠안게 되는 상황입니다.
약사들의 반발과 생존권 위협
창고형 약국이 저렴한 가격과 넓은 진열공간을 앞세워 인기를 끌면서, 기존 동네 약국 약사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수익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창고형 약국에서는 일부 제품을 동네 약국의 납품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약사들은 “차라리 창고형 약국에서 구매해서 팔고 싶을 정도”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약사 직능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약국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환자 상담과 복약지도, 의약품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보건의료 서비스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창고형 약국의 구조는 이와 같은 약사의 역할을 축소하고, 소비자를 ‘약 소비자’로만 보게 만듭니다. 또한 약사들은 “의약품 유통의 공공성을 무시한 자본의 침투”라고 비판하며, 정부 차원의 규제나 제도 정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창고형 약국이 불법은 아니나, 법적 공백과 모호한 기준 사이에서 편법적인 구조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약사들은 “의약품은 마트 물건이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상품”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긍정 반응과 시장 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창고형 약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제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가격이 10~30%가량 저렴하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창고형 약국을 찾은 소비자들은 카트를 끌며 약을 고르고, 휴대폰으로 알약 하나당 가격을 계산하며 경제적인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인터뷰에 따르면 “평소 먹던 약을 더 싸게 산 것뿐”이라는 입장이 대부분입니다. 그동안 동네 약국에서 느꼈던 가격 불투명성과 불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있던 가운데, 창고형 약국은 새로운 선택지로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특히 외국인 소비자나 다량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장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창고형 약국은 단순한 ‘가격 할인형 매장’이 아니라, 자체 개발 제품이나 ODM/OEM 방식의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제약사 역시 대량 공급 체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도 “사려고 하지 않았던 약까지 담게 된다”며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결국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늘려준 동시에, 현행 제도 내에서의 안전장치 마련도 함께 요구되는 복합적인 현상임은 분명합니다.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 중심의 유통 구조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의약품 오남용과 약사의 전문성 훼손이라는 문제도 함께 존재합니다. 단순히 가격 경쟁을 넘어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련 제도와 법령의 정비가 시급합니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되, 정확한 복약지도와 의약품 정보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하며, 약국 산업 전체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